오늘 Taste is eating Silicon Valley라는 글을 읽으며, 얼마전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연쇄창업가인 카카오벤처스 VaP Taeho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에게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여쭤보니,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어떤 분을 찾고 계신지 물었다.
“개발은 못해도 되요. 근데 좋은 취향과 Will Power를 가진 분이면 좋겠어요.”
그가 최근 썼던 글1에서 짚어줬듯이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개발의 병목이 점점 해소되고, 단순한 기능 구현이 쉬워지는 만큼, 결국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AI를 활용해 앱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Taste)'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또한, 소수 정예로 PMF 찾을 때까지 부족한 개발 역량을 AI와 노력으로 보완하며 가려면 강한 Will Power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 대화를 떠올리며, 앞으로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손쉽게 빌딩하는 것이 뉴노멀이 된다면, 컨슈머 영역에서 어떤 창업팀이 장기적으로 유리할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가설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Taste : 좋은 취향을 가진 리더는 차별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좋은 Taste를 가진 팀이 만든 프로덕트는 디자인, 브랜드, 또는 유저경험(UX)에서 남다른 한끗 차이가 있다.
그런 프로덕트는 사용자로 하여금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하고, 그 제품을 쓰는 사용자에 대해 사람들이 특별한 인상을 받게 한다. (Products make you feel something when you use them, and they make other people feel something about you.)2
Missionary : 명확한 미션(사명)이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3 중요할 것이다.
명확한 미션이 있는 창업 팀은 그 철학이 프로덕트에 일관되게 녹아들게 되어있으며 유저는 그러한 서비스를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Mission의 진정성과 일관성이 사용자에게 전달되면 기능적으로는 유사한 경쟁 프로덕트가 나와도 이 회사 프로덕트를 쓰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Patagonia는 ‘지구를 되살린다’, Tesla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당근마켓은 '가까운 이웃을 연결하여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Early communication: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저와 소통하는 창업팀이 충성유저를 만들기 수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닌(자본만 있다면) 뷰티업계에서의 성공사례들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Glossier는 ‘Into the Gloss’라는 뷰티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제품 아이디어를 얻어 브랜드를 설립하였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제품을 개발했다.
설립 7년만에 매출 3천억을 달성했다는 티르티르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피부 톤을 가진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집하여, 기존 3가지였던 파운데이션 색상을 40가지로 확장했다.
최근 우리도 뷰티 창업자들을 종종 만나는데, 잘하는 분들은 Thread 등 SNS를 통해 개발단계에서부터 잠재유저들과 소통하며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발단계부터 소통했던 사용자가 장기적인 충성 사용자가 되는 이유는 사용자 스스로 이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에 ‘기여’했다는 느낌으로 인해 애착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놓고 보니, 세 가지를 관통하는 것은 ‘다른 거 말고 이거 써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요소들인 것 같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코딩이 병목이 아닌 시대, 다음 승자는 누구일까?
지난 20년 동안 IT 서비스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은 명확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이 뛰어난 개발자들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스타트업 씬 모두 마찬가지였죠. 이 과정에서 개발은 스타트업의 사업 전개 상 주요 병목이었고 개발자는 주요 병목 자원이었습니다. 좋은 제품 개발팀을 얼마나 빨리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곧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경계였습니다. 당연히 개발자의 몸값은 치솟았고, 투자자들도 그런 팀에 아낌없이 돈을 부었습니다.
[브라이언의 이어지는 이야기 #2]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
내가 만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다. 우리가 첫 기관투자자인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투자하는 단계에서 매출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뚜렷한 지표나 프로덕트가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