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는 몇가지 좋은 습관들을 만들게 되었고 그중에 가장 큰 효용을 주는 것이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오늘은 명상을 소개하고 명상이 주는 효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2017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8년째1 이어오고 있는데, 처음엔 단순히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나는 하루에도 수차례 컨텍스트를 바꿔가며 일해야 했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했으며,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야 했다. 자연스럽게 불안이 높아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 생각을 멈춰야 할지 모르겠던 차에 명상을 접했고, 그 짧은 시간만큼은 생각을 멈추고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효용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명상 시간 외에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명상을 시작한지 약 1주일만에도 미약하게나마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경청이 달라졌다. 예전엔 상대방이 말을 20-30%만 해도 이미 예측하고 판단하며 내 할 말을 생각하느라 온전히 듣지 못했다. 이제는 끝까지 듣는 비율이 높아졌다. 판단하려는 생각이 들면 알아차리고 다시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덕분에 상대방의 의도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분노가 올라오면 예전엔 그대로 휩쓸려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지금은 '내가 화가 나는구나'를 먼저 알아차리고, '그럼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면 좋을까?'를 생각한 후 대응할 수 있게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긴장 상황에서 빠르게 진정된다. 결혼식 축가나 발표 같은 순간에 예전엔 '긴장하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더 긴장했다. 이제는 '아, 내가 떨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많이 완화되는걸 알게 되었다.
집중력이 늘어났다. 중요한 메일을 쓰다가 슬랙 알림이 와도, 보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은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한 후 메일을 먼저 마무리한다. 책을 읽을 때도 딴짓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알아차리고 다시 책으로 주의를 돌린다.
쓸데없는 걱정에서 꽤 많이 자유로워졌다. 예를 들어 식사 약속이나 미팅 후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나?' '이 말은 안 했어야 하는데'라는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들이 올라와도, 그 생각에 주의를 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영향은 내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이 신기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봤다. 명상이 실제로 뇌를 구조적으로 바꾼다는 연구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집중력과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인데, 꾸준한 명상 수련자는 이 영역의 두께와 밀도가 증가한다. 2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해마(hippocampus) 부위 역시 명상 후 회백질이 증가하고 스트레스에 덜 휘둘리는 뇌로 진화한다.3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와 섬엽(insula) 같은 뇌 부위도 명상을 통해 구조가 바뀐다. 이곳들은 충동을 조절하고, 내면의 감정과 몸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할을 한다.4
불안, 공포,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는 명상을 할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5
심지어 뇌파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이완 상태를 나타내는 알파파가 늘어나고, 고차원적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감마파도 증가한다. Richard Davidson의 연구6에 따르면, 티베트 수행자들처럼 수련이 깊은 사람들에게서는 이러한 감마파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조용히 앉아 숨을 관찰하는 단순한 행위가 뇌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요즘은 매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명상하고 있고,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불안도가 높거나,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는 연습을 하고 싶다면 명상을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명상에 관심이 있었는데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모른다면, 아래 앱들을 이용해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문 앱
Headspace : 영국발음의 창업자를 포함해 여러 목소리를 선택 가능하고, 온보딩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있다. 초보도 어렵지 않게 명상과 명상의 원리, 효용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며 조금씩 습관을 갖춰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한글 앱(web app)
멍상 : 명상이 생소한 분들에게는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신경쓴 컨텐츠가 강점이다. 예를 들면 ‘바지명상’도 있다. 웹앱이어서,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즐겨찾기 추가 후 사용하는걸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그 외에 Waking up(영문), Happier(영문), Calm(영문), 마보(한글) 같은 앱들도 취향에 따라 더 선호할 수 있으니 탐색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항상 꾸준히 하지는 않았고, 띄엄 띄엄하던 시기와 한동안 안했던 시기도 있었다. 약 1년 전부터는 매일 하고 있다.
https://journals.lww.com/neuroreport/abstract/2005/11280/meditation_experience_is_associated_with_increased.5.aspx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92549271000288X?via%3Dihub
https://journals.lww.com/neuroreport/abstract/2005/11280/meditation_experience_is_associated_with_increased.5.aspx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2840837/
https://www.pnas.org/doi/full/10.1073/pnas.04074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