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게임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 투자, 사람, 그리고 삶으로부터의 배움들
얼마 전, 내가 아끼는 친한 심사역 후배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이 친구는 업계에서도 손꼽히게 똑똑하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성과를 만들어내고 승진도 빠르게 해온 친구이다. 그런데 최근에 공허감이 몰려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 친구는 꽤 오랫동안 ‘지위(Status)’와 ‘성과(Performance)’라는 외부의 목표를 중심으로 달려왔다. 더 좋은 투자, 더 큰 기여, 그리고 승진. 이 목표에 막상 도달하고 나니, 손에 쥔 것들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사실 이 나이 때 이런 고민을 못했었고 더 늦게 그 단계를 겪었었다. 그래서 인생에서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시점에 그런 단계가 온 것이 이 친구에게는 되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외부의 목표에 행복을 걸고 달리는 순간, 그건 끝없는 쳇바퀴가 된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잠시 행복하지만, 곧바로 더 큰 목표가 생기고, 우리는 또 다시 행복을 ‘미래’로 미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 여기’의 나는 불안과 조급함으로 인해 계속 소진된다.
최근에 Naval Ravikant의 말과 글들을 archive 해놓은 블로그에서 읽었던 “Play Natural Games, Not Status Games”는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Naval은 우리가 하는 게임을 두가지로 나눈다.
Status Games(지위의 게임): 남을 이겨야 내가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의 순위를 매기고, 명성, 직함, 팔로워수, 결국 ‘누가 더 나은가’를 두고 경쟁한다. 이 게임의 보상은 타인의 인정이다. 하지만 Naval의 경고하듯이 공허함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Get grades, applause, titles now - emptiness later”
Natural Games(본질의 게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현실과 내가 하는 게임이다.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누구를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면 더 나은 제품 만들기, 새로운 지식 습득하기, 건강한 몸 만들기 같은 것들이며, 내가 더 나아져서 가치를 창출하게 되면 세상이 나아지고, 나도 나아진다. 그래서 포지시티브 섬 게임이다. 이 게임은 처음엔 괴롭지만, 규율과 침묵, 시행착오를 통해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의 보상은 부, 건강, 지혜 그리고 내면의 평화다.
내 생각에 우리가 속한 스타트업/VC 업계는 ‘Status Game’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다. (스타트업) 누가 더 큰 펀딩을 받았는가, 누가 더 매출/MAU가 높은가, 누가 IPO를 했는가 또는 못했는가, 누가 엑싯을 크게 했는가 (VC) 누가 더 큰 펀드를 운용하나, 누가 더 유니콘을 많이 투자했는가, 누가 더 유명한가, 누가 성과급을 많이 받았는가 등.. 끝이 없다. 이 보이지 않는 서열과 지위 경쟁은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만들고, 외부의 인정에 목마르게 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 들어가면 아무리 달성을 해도 사막에서 소금물을 먹는 것처럼 더 갈증만 커질 뿐이다.
나는 그 대화 이후 이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해줬는데, 널리 읽히는 경전 중 하나를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은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가르친다. (궁금한 분들은 따로 DM이나 댓글 남겨주시면 알려드리겠다.)
그 내용 중 하나를 조금 풀어 말해보자면, 우리가 붙잡는 건 대부분 ‘한 순간을 찍은 사진’일 뿐이다. 직함은 조직이 잠깐 붙여준 라벨이고, 라이크 수는 알림창의 숫자다. 성과도 특정 시점의 스냅샷이다.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고, 계속 변한다. 그걸 ‘나’와 엮어버리면 숫자가 오를 땐 내가 커진 것 같다가, 내려가면 내가 줄어든 것처럼 느낀다. 사실 변하는 건 숫자지 내가 아니다. 나는 숫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좋아지면 숫자는 부수 효과로 따라온다. 타인이 매겨주는 순위에 마음을 걸수록 공허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 손에 남는 건 순위가 아니라 내가 만든 가치와 그 과정에서 얻은 역량이다.
결국 내 후배 심사역이 겪은 혼란의 원인은 ‘성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과와 나’를 동일시하고 ‘외부의 인정’에 나의 행복을 저당잡혔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누군가는 그냥 뭐 성과도 대충 내고 대충 하라는 것이냐 반문할 수 있는데, 내가 말한 책의 또다른 핵심 가르침은 “마음을 일으키되 머무는 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투자하고, 치열하게 성과를 만들되, 그 ‘결과’나 그 결과가 가져다준 ‘지위’에 내 마음을 ‘머물게(집착하게)’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 흐르듯이 말이다.
Naval이 말한 ‘본질의 게임’을 하되, ‘머물지 않는 지혜’를 실천하여 ‘Status’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공허한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방(자유롭기)’되기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책 제목이 궁금하여 문의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책 제목이 궁금합니다! 늘 좋은 글 공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