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자가 숫자에서 읽고자 하는 것
스타트업, 투자, 사람, 그리고 삶으로부터의 배움들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이사님, 저희가 X만큼의 지표를 지금 Y만큼의 기간에 달성했는데요. 어느 정도 지표를 달성하면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시나요?”
나도 그렇지만, 이런 경우 사실 대부분의 초기 투자자들은 아래의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과연 이 팀이 세운 가설은 지금 제대로 검증되고 있을까?”
오늘은 내가 초기투자자로서 지표를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살짝 정리해봤다. 혹시 지표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창업자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초기 스타트업의 숫자는 결과가 아니라 ‘가설 검증’의 과정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단순히 가입자, 활성 사용자가 몇명이고, 얼마나 매출이 나고 있고를 강조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지표를 통해 ‘이 팀이 푸는 문제가 진짜 고객에게 필요할까?’ 그리고 ‘그 문제를 잘 풀어주고 있는가?’가 궁금하다. 그래서 팀이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팀이 제안한 솔루션이 그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해주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지표를 무엇으로, 왜 그렇게 설정했는가를 많이 물어본다.
그 지표는 많은 경우에 ‘코호트 리텐션’이 된다. 낮은 유입단가가 말해주는 것은 고객의 Pain point를 잘 짚었고 우리의 해결책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문제를 우리가 잘 해결해주고 있느냐는 결국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지(retention)를 봐야한다. 우리는 초기단계에 투자하기 때문에 사용자수나 매출 등의 절대 숫자는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비스가 Pain point를 잘 해결해준다면 리텐션은 이 단계에서도 높을 수 있다.
2. 한 장의 스냅샷이 아니라 과정을 본다.
현재의 숫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건 그 숫자까지 오게 된 과정이다. 리텐션을 볼 때에도 가장 최근의 코호트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런칭하고 얼마나 집요하고 빠르게 많은 액션을 하며 개선을 해왔는지가 궁금하다. 절대값은 아직 낮아도, 지난 몇 달간 그 곡선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작은 가설들을 테스트하고 프로덕트를 개선해왔는가? 숫자가 꺾였을 때 팀은 어떻게 반응했고, ‘왜’를 파고들며 유저가 원하는 것, 불편해하는 것을 얼마나 집요하게 확인했는가? 그리고 배운 점을 기반으로 얼마나 빠르게 다음 실험으로 이어가는가? 등의 과정을 통해서 팀의 실행력과 문제와 고객에 대한 집착도를 보려고 한다.
3. 지표는 투자자를 위한 숙제가 아니라 팀의 나침반이다.
스타트업들이 지표를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숙제’로 여기지는 않나 생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뛰어난 팀들은 그 숫자를 팀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나침반’으로 삼는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지표가 무엇인지 합의하고, 숫자가 흔들릴 때 ‘왜’를 집요하게 묻는 팀이 결국 성과를 내는 것을 많이 봐왔다.
지표는 투자자를 포함한 외부에 잘 보이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팀과 고객 사이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다음 질문을 던지는 팀이 결국 더 멀리 나아간다.
이번에 카카오벤처스 커뮤니케이션 팀의 제안으로 ‘투자자는 지표에서 무엇을 보는가’를 주제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인터뷰를 확인해주시길 바란다.
인터뷰: https://www.kakao.vc/blog/vc-metrics-series-ep1-investor-perspect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