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포함해 우리 카카오벤처스에서 서비스 영역을 투자하는 세 명은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를 블록 해두고 해커뉴스, 프로덕트 헌트 등에 올라온 다양한 AI B2C들 중에 써보고 싶은 것들을 써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6월부터 했으니 3개월째 하고 있는데, 그렇게 많이 써보지만 아직까지 우리 일상에서 매일 또는 자주 쓰게 되는 앱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무료에서 유료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한달 써보고 결제 취소를 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까지 없을까? 어떻게 해야 계속 쓰는 서비스가 나올까? 궁금했고 결국 창업팀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AI B2C 서비스 만드는 창업자 한분과 만나 창업자와 유입 이후 리텐션, 관계 확장, 컨텍스트 수집 설계를 놓고 깊게 대화를 나눴는데, 이 대화의 말미에는 이런 이야기를 드렸다.
“AI B2C는 아직 많은 부분 정답이 없고, 다들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그래서 답을 찾았냐보다는 팀이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럼 여기서 (내 생각에)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를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지난번 루틴벤처스
대표님이 쓴 글에서 정리한 AI 애플리케이션의 플라이휠이 필요한 질문들을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틀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에서 chatGPT보다 더 간편하거나 수준 높은 결과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충분한 context를 입력한다.
서비스는 이 context와 결과를 쌓아 모델을 강화한다.
다시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
아직 시작 단계의 팀이라면, 이 플라이휠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마 이 질문을 먼저 해야할 것이다.
1. 우리는 어디서 시작해서 플라이휠을 굴러가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위 언급한 태호 대표님의 글에서 좋은 접근법을 찾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시작점은 크게 세가지다. 1) 도메인 전문가는 압도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프롬프트’로 2) 프로덕트/UX 전문가는 마찰없는 ‘컨텍스트 입력 경험’으로, 3) AI 전문가는 독보적으로 파인튜닝된 ‘모델 성능’으로 플라이휠의 첫바퀴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팀의 DNA와 초기전략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강점을 지닌 팀이며, 그 강점을 극대화할 시작점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창업팀의 첫 GTM 전략과 핵심 인재 채용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미 시작한 단계의 팀이라면 아래의 질문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어떻게 유저가 그들의 맥락(context)을 기꺼이 내어주게 만들 것인가?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했다면, 이제 엔진에 계속 기름을 넣어야 한다. 바로 유저의 '맥락(context)' 데이터이다. 어떻게하면 유저 고유의 컨텍스트를 ‘자발적으로’ 혹은 ‘노력없이’ 받아올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노력없이 받는 UX에 대한 예시는 지난번 AI B2C가 가져야할 차별점에 대해서 썼던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모든 AI 창업팀은 유저의 깊은 데이터를 원하지만, 유저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즉시 얻지 못하면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떤 가치(당근)을 줄 것인가? 내가 금요일에 만난 창업자의 서비스의 경우 심리테스트와 성향분석 등의 컨텐츠를 ‘당근’으로 활용해서 유저의 초기 정보들을 받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해자와 플라이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정보 말고 더 깊이 있는 맥락을 받아와야하며 유저 입장에서는 그 정보를 즐겁게, 자발적으로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말씀을 드리면서 ‘어떻게?’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었다.
조금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면 운세 AI 서비스라고 해보자. 운세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렇듯이 일, 연예, 가족관계 등 어떤 영역에서 분명 불안이나 고민이 있다. 그게 어떤 영역인지만 알아도, 무엇을 언제 어떻게 찔러야 이 유저에게서 보물같은 컨텍스트가 쏟아져 나올지 실험해볼 수 있는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UX로 풀지, 질문으로 풀지는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얘기해보면, 유저가 '연애' 문제로 불안해한다는 초기 컨텍스트를 얻었다면, 단순히 오늘의 연애운을 알려주는 데 그치기보다 썸타는 상대와의 대화를 분석해주겠다는 제안 등을 통해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쏟아내도록 해야한다.
0. 그래서, 우리는 유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가?
위 질문들은 AI B2C 서비스의 성장 엔진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How'에 대한 질문들에 가깝다. 하지만 이 모든 질문들에 앞서는 0번의 질문은 바로 'What'과 'Why'에 대한 질문, "우리는 유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이다. AI는 수단이다. 본질은 결국 문제 해결이며, 이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그저 신기해서 한번 써보고 마는 AI 서비스로 남게 될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 질문을 해보지 않았다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겠다.
위 질문들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창업가라면 나를 포함해 우리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은 언제나 그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다. 마침 두번째 AI 오피스아워(사업계획서 따윈 없어도 된다)를 모집중이니 많은 지원 부탁드린다.
오피스아워 신청 링크: https://ajr0hlmhx82j.trickle.h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