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마음 맞는 공동창업가들과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눈코뜰새 없이 일하다 보면 성과는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데 동시에 자신과 팀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 이것도 해야할거 같고 저것도 해야할거 같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유명한 곳들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배우고 적용하고 싶어집니다.
이때 빠지는 함정들이 있습니다. 바로 빅테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스타트업에서 만든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도입하면 문제가 없어진다는 주변의 유혹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컨설턴트들이 정말 얼마나 많습니까. 예를 들어, 한국에서 OKR 전문가라는 컨설턴트 중에 구글 등 OKR을 도입하고 성과내는 조직에서 그 진가를 느끼며 일해 본 분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OKR만 있으면 성과를 못내던 조직이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합니다. OKR 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방법론을 컨설턴트, 경영진, 실무자들이 모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도입하고 실패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을 탓하죠.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이런 방법론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꼭 잘 알려달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짝이는 이름을 갖고 있는 방법론들에 매몰되기 보다는, 먼저 지금 어떤 고통이 있고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를 더 명확히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개는 반짝이는 이름의 방법론들이 아닌 그것이 의미하는 몇 가지 단순한 원칙들을 팀원들과 나누고 동의하는 것만으로 더 나은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니지먼트
“할 일을 말하고, 하고, 했다고 말하라”
“Say you’ll do the thing, do the thing, say you did the thing.”
회사에서 매니지먼트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이겁니다. 이게 잘되는 조직은 빠르고 건강합니다. 이걸 잘하기 위해서 스크럼도 하고 칸반도 쓰고 티켓 관리도 하고 하는 겁니다. 이 본질을 이해하고 원칙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Jira, Asana, Linear 등에 직원들이 하는 일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할 일을 말하고, 하고, 했다고 말하는 조직은 이 툴을 좋아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툴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100가지 가져옵니다. 할 일을 말하고, 하고,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보물 같은 분들입니다.
비전, 미션, 얼라인먼트
“모든 직원이 출근 전 오늘 회사에 가서 해야할 일을 안다.”
“그리고 그걸 왜 해야하는지 안다.”
비전, 미션, 얼라이언트는 사실 이걸 위한 겁니다. 이걸 지속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방법이죠. 오늘 어떤 직원이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오늘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또는 대체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 그걸 개선하는게 우선입니다. 비전과 미션은 그 과정에서 필요하게 되고요.
조직 내 갈등 상황이나 어려운 의사결정에서 비전과 미션이 바로미터가 되어 주지 않는다면 조직의 속도는 무너집니다. 이렇게 실제 사용되지 않고 좋은 구호로만 남아있는 상태를 얼라인먼트가 안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할지 알고, 그걸 왜 해야하는지도 명확한 상태” 이것이 추구되어야 할 본질입니다.
OKR, KPI, MBO
한국 IT기업이 약한게 하나 있습니다. 리더가 무엇을 성과라고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정하고 공유하지 않습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미국과 한국의 기업문화 중 가장 큰 차이점이 이것이었습니다. 재벌 기업 위주 풍토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알잘딱깔센으로 의중을 파악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라는 대표와 임원들이 많더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무엇을 성과라고 할 것인지 명확히 하지 않는 조직에서 OKR/KPI/MBO를 도입하는 것 만큼 독이 되는게 없습니다. 무엇을 성과라고 할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성과를 측정하려면 가능한가요.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서 도출했는데 조직에서는 잘해도 보상도 없고 평가도 안하고. 없으니만 못한 것이 되어버리죠. 시간은 또 좀 빼았기나요.
“이 사업이 어떤 게임인지 파악하고 간단히 점수판을 만드세요.”
“선수들이 점수를 보면서 플레이하도록 하세요. 이기면 보상이 있고요.”
OKR, KPI, MBO 등 성과 관리 방법론의 본질은 이겁니다. 그래서 꼭 OKR, KPI, MBO 일 필요도 없어요. 대표와 팀이 보는 업의 특성과 거기서 어떤 전략과 실행으로 이길지가 선명할수록 이 점수판이 빛을 발합니다. 이러면 도리어 점수판 없이 플레이 하기 어렵죠.
이상 3가지 예를 들어 방법론에 취하지 말고 그 본질을 파악해 간결히 원칙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방법론에 기대기는 쉽습니다. 업과 조직의 원칙으로 삼을 수 있는 본질을 캐내기는 상대적으로 어렵고요.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의 많은 성장통을 분명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