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버티컬 스타트업의 해자 : 청소연구소가 증명한 생존 공식
Feat. 청연, 버핏서울, 마카롱팩토리
3월 말에 청연(생활연구소) 주주총회에 다녀왔다. 17년 4월 첫 투자한 이 팀은 퀄리티 높은 가사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비전으로 출발했는데, 그날 제 10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10살이 된 것이다.
주총 자리에서 깜짝 파티를 위한 케이크가 나왔다. 25년 연간 최초 흑자 전환, 당기순이익 3.9억원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숫자 자체가 크진 않지만, 이 케이크는 만 9년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팀의 출발부터 지켜봐왔던 첫 투자자인 나에게는 매우 의미있고 감격스러웠던 이벤트였기에 글로 남기고 싶었다.
25년 매출은 192억원으로, 전년 151억원 대비 27% 성장했다. 올해는 4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5년의 실적에서는 매출 구성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24년의 경우 가사 매출 비중이 75% 였는데, 25년에 70% 아래로 내려왔다. 나머지 30%를 청연케어(시니어 케어 서비스), 사무실 청소, 입주 청소, 에어컨 청소, 커머스 같은 신규 사업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청연과 같은 2 Sided platform 회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객과 서비스 provider 양쪽 다 acquisiton에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서 이런 비즈니스의 경우 첫 서비스의 만족도를 크게 높여 최소한 한쪽의 리텐션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 위에 새로운 서비스를 쌓아올려 객단가를 높여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청연은 처음엔 비용이 좀 들고 확장이 느리더라도 직접 매니저들을 교육해서 가사서비스에서 확실한 만족도를 주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이용 고객 중 70%가 정기고객이고 재구매율은 92%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확보된 청소매니저 풀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얹거나, 기존 고객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객단가와 LTV(고객생애가치)를 꾸준히 높여왔고, 25년에 첫 흑자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올해 계획 중 특히 기대되었던 부분은 5월 오픈 예정인 옷장 정리 서비스 이야기였다. 청연에는 현재 매니저 약 20만명이 등록되어 있다(올해 2월 20만명을 돌파). 그 중 5천명이 정리수납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 자격증이 큰 의미가 없었고, 그들은 가사 서비스만 제공하는 매니저들이었다. 그런데 고객 데이터를 보니 “옷장 좀 정리해주실 분 없어요?”라는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최근 이사하면서 옷장 정리 서비스를 써봤는데, 70만원 수준의 높은 가격임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서비스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청연이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더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면 충분히 고객과 청연이 win-win할 수 있는 교집합이 나올 것 같았다. 이미 수요(기존 고객의 추가 니즈)와 공급(자격증 보유 매니저)는 청연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프라인 고객 접점. 이것이 오프라인 버티컬 스타트업(소위 O2O 회사들)이 활용가능한 레버리지이자 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연 매니저들은 고객의 집에 이미 방문하고 있다. ‘집’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들을 위에 얹을 수 있다. CAC 0원으로 신규 서비스들을 런칭할 수 있는 구조가 확보된 것이다. 특히 집과 관련된 서비스 중에는 객단가는 높지만 빈도가 높지 않은 서비스들이 있다. 이사 청소, 집 수리, 에어컨 청소, 냉장고 청소, 옷장 정리 등등. 이런 서비스들이 단일 서비스로 시장에 나와 서비스 되려면 효율적인 마케팅이 어렵다. 하지만 청연은 이미 185만명의 누적 가입 고객이 있고, 이들은 청연과 신뢰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이다. 이사 가야할 때 갑자기 모르는 업체를 찾기보다 이미 쓰던 청연에 요청하는게 자연스럽다. 청연이 이미 확장했고, 앞으로 확장할 거의 모든 서비스들은 모두 기존 고객 자산 위에서 확장되고 있다. 이것이 청연이 만들고 있는 해자의 실체다. 기술 특허도 아니고, 독점 계약도 아니다. 10여년에 걸쳐 쌓인 고객 신뢰와 그 신뢰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셀 구조다.
4개월 전 1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버핏서울 또한 비슷한 구조다. 19년에 첫 투자했고, 그룹운동이라는 핵심 프로덕트로 시작했던 버핏서울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피트니스라는 유니크한 경험을 주는 공간을 중심으로 크로스셀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PT, 그룹운동, 피트니스(헬스) 그리고 지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는 파트너 프로그램들이 Gym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고객들과 신뢰 관계를 맺고 상호 크로스셀이 가능한 구조로 확장이 되고 있다. 하나를 보고 들어와서, 그 경험이 좋아 이 공간을 신뢰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것도 구매하게 된다.
차계부로 시작한 마카롱팩토리 또한 차계부의 리텐션 높은 고객들을 기반으로 파트너 정비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금은 촘촘히 모아둔 파트너 정비소들이 거꾸로 고객을 ‘마이클’ 앱으로 불러들이는 단계이다. 최근에는 월 3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올해 연 매출 1천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카롱팩토리 또한 벌써 만 11년 된 회사이다. ‘마이클’ 앱을 중심으로 연결된 파트너 정비소 - 고객 간에 거래되고 있는 서비스 목록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엔진오일, 타이어로 시작해 세차로 최근 확장했고 앞으로도 틴팅 등 빈도는 떨어지나, 객단가는 높은 서비스들을 붙여나갈 예정이다.
청연, 버핏서울, 마카롱팩토리 등의 오프라인 버티컬 스타트업을 오래 지켜보면서 하나 배운 것은, 오프라인 버티컬의 해자는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 한 명 한 명과 쌓아온 신뢰가 싸여서, 어느 순간 그 위에 새로운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행으로 증명해야하고, 그 순간이 오기까지 버텨야 한다. 이제 이 회사들은 그 타이밍이 온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AI native한 회사도 이런 해자는 쉽게 카피할 수 없다. 그간의 고생들을 버텨내 이 순간을 맞은 이 회사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가 더 기대된다.
이 회사들을 보면서 또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빛을 발하게 되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창업자들이 최근엔 잘 안보여서, 이 회사들의 성공이 더 널리 알려져 이러한 유형의 창업도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결국 이러한 비즈니스는 긴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우리처럼 길게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져야 할 수도 있겠다.
(청연 주주총회 흑자 전환 깜짝 파티 : 같이 케이크 불게 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첫 주인공인 청연은 아쉽게 투자 못했지만, 브라이언 덕분에 버핏서울과 마카롱팩토리는 투자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도네시아에서 1억 1천만 바이크 라이더 생활 플랫폼을 만드는 KOBA라고 합니다. 현재 시드라운드 투자 유치중입니다.
저희 덱을 전달드리려면 어디로 보내드리면 장동욱님께 전달이 될까요?
오랜 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O2O의 가치와 해자를 이해하고 계신 투자자분의 글을 읽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