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트업 투자'를 바라보는 멘탈 모델
카카오벤처스에서 10년 넘게 스타트업 투자라는 일을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업을 바라보는 멘탈 모델이 형성되었다.
초기 투자자는 창업자들이 찾아오고 싶은 좋은 땅을 일구는 농부에 가깝다.
신뢰라는 꽃을 피울 수 있게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키워서, 좋은 창업자들이 투자받고 싶은 VC가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winning하는 길이다.
잘 안될 팀을 걸러 손실을 막는 것보다 100배 갈 수 있는 팀 안 놓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스트롱벤처스 배기홍 대표님도 블로그에서 다루어주셨던 포인트이다.
VC는 경험을 전달하는 경험플랫폼이다.
여러 간접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아서 창업팀에 적시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우리에게 가장 최우선 고객이다.
스타트업을 최우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직원들과 우리를 믿고 돈을 맡긴 출자자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도 스타트업이 고객인 스타트업이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우리도 계속 실험하고 발전해야한다.
지금 하는 방식이 최선인지 늘 돌아봐야한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카카오벤처스의 리더쉽과 멤버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 영향받아 형성되었기에, 나만의 멘탈모델이라기 보다 카카오벤처스와 공유하는 멘탈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오늘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번째 멘탈 모델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신뢰받는 투자자가 되면 좋은 창업자가 찾아오고, 좋은 창업자는 규모 있고 의미있는 문제를 풀고 있거나, 결국 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반복되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신뢰받는 투자자란 창업자가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게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투자자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자금 때문만은 아니다. 때로는 답 없는 고민을 털어놓고 정서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해서이기도 하고, 때로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논의 파트너가 필요해서이기도 하다.
Startup’s best friend
카카오벤처스가 케이큐브벤처스 시절부터 외치던 문구는 ‘Startup’s best friend’ 였다. 스타트업, 그리고 창업자가 베스트 프렌드로 여길만큼 신뢰받을 수 있는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역삼동 케이큐브벤처스 사무실 벽의 노란 보드에 쓰여있던 여러 글씨중에 가장 크고 눈에 들어왔던 단어는 ‘Startup’s best friend’와 더불어 ‘Reputation!’이었다. 판교로 사무실을 처음 옮겼을 때에는 그 문구를 벽에 인테리어로 박아버렸다.
(판교 첫번째 카카오벤처스 사무실. 지금은 판교역에 더 가까운 곳으로 이전을 하였다.)
Angelist의 공동창업자이자 Twitter, Foursquare, Uber 등의 초기투자자인 Naval Ravikant 또한 “투자는 지식의 게임이 아니라 신뢰의 게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신뢰가 중요한가?
첫번째 이유는 창업자들이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어려운 시기에도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가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도움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고민을 공유하지 않으면, 도와줄 기회조차 없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투자자를 신뢰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Chris Sacca(Lowercase Capital)의 말처럼, "최고의 투자자는 창업자가 자신의 최악의 순간을 공유할 만큼 신뢰하는 사람”이다.
선순환의 중요한 engine이자, 초기투자자의 진정한 결과 지표
두번째 이유는 신뢰가 스타트업 투자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VC는 Reputation business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을 것이고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좀 더 풀어보면, 실질적인 도움을 통해서든, 정신적 Support를 통해서든 투자자가 창업자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면, 그 창업자는 다음번에 창업을 할 때도 다시 그 투자자를 찾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창업을 고민할 때 자연스럽게 추천할 것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카카오벤처스에서 추구하는 투자자의 모습이며, 초기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로써 우리가 목표해야 하는 결과지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목표로 삼는 IRR, 멀티플 등 수익률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신뢰를 얻는 과정
신뢰와 Reputation을 쌓는 과정은 진심이 담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카카오벤처스는 설립 이유가 창업 생태계를 더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프로덕트나 서비스가 있기 전에 투자를 해주는 기관들이 2012년 당시에는 너무도 없었고 그러면 창업 생태계가 커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회사다. 그 초기의 진심이 다행이 지금까지 잘 이어져왔고, 2018년 미션을 재정립하면서 ‘나머지는 채워주자’를 실행하기 위해 창업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험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너무 감사하게도 카카오벤처스는 24년 기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나 아웃스탠딩의 조사 결과 창업자들로부터 가장 선호받는 VC가 되었다. 하지만 공든 탑은 아무리 높게 쌓아도 금방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점검하고, 우리가 못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놓치고 있는게 무엇인지 알려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23년부터 매년 NPS 설문을 하면서 패밀리 대표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는 함께 성장하는 긴 여정의 시작점
결국 스타트업 투자는 도장 찍으면 끝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성장하는 긴 여정의 시작점이다. 실제로 12년에 카카오벤처스가 첫 패밀리로 모신 왓챠를 시작으로 두나무(2013년), 데이블(2015년), 당근(2016년), 한국신용데이터(2016년), 타임트리(2016년), 생활연구소(2017년) 등 9년에서 14년 째 주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그리고 언급한 패밀리들을 포함해 많은 패밀리 대표님들이 새로 창업한 회사들을 카카오벤처스에 소개시켜주셨고 투자로 이어진 사례도 꽤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글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첫번째 멘탈모델의 핵심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결국 이렇다.
신뢰받는, 좋은 투자자가 되어 좋은 창업자의 신뢰를 얻으면,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 기회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신뢰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법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나를 포함한 카카오벤처스 멤버들은 창업팀을 최우선 고객으로 생각하며 가장 어려울 때 찾게 되는 진정한 파트너(Copilot)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국 모두에게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겠지만, 나를 포함해서 혹시 이와 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 아래 이메일로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
brian@kakao.vc (장동욱 이사)
혹시 그게 나라면.. jun@kakao.vc(김기준 대표)에게 알려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