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젊은 창업가와 중년 투자자가 만나는가
브라이언의 이어지는 이야기 : 태호의 Insight #19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내가 아는 거의 모든 투자자들은 “우리는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고 말한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해석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왔다. ‘초기 투자에서 아이템이나 시장만 보고 판단해 투자하면 틀렸을 때 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사람을 보고 투자하면 사람은 어쨌든 길을 찾아내니까 망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나왔다. ‘Humans peak in midlife: A combined cognitive and personality trait perspective’ 라는 제목으로, 신체 능력의 전성기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지만 직업적 성공은 그보다 늦은 나이에 이루어지는 것에 의문을 갖고 직업적 성공을 구성하는 16가지 (추론, 기억력, 처리속도, 결정지능, 정서지능, 외향성, 감정 안정성, 성실성, 개방성, 친화성, 도덕적 추론, 매몰비용 저항, 인지 유연성, 인지적 공감, 사고 욕구, 재무 이해력) 항목을 정리했다.
전체 패턴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지능 중에서도 새로운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기존 지식 없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능력 (추론, 기억력, 처리속도 등) 은 20~35세가 정점.
학습/경험으로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 (결정지능, 사고 욕구 등) 과 정서적 능력 (감정 안정성, 성실성, 인지적 공감 등) 은 나이를 먹을 수록 상승하여 35~50세에 정점.
도덕/재무/편향저항 능력은 50~60세에 정점.
흥미로웠다. 왜 투자자들이 젊은 창업가를 선호하는거 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었기에. 창업자 출신 투자자들은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 2번과 3번이 강점이다. 1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20~35세 창업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시너지를 내면 서로 win-win 이다.
창업팀의 아이템에 따라 필요한 강점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상에 없는 완전 새로운 것을 만드려는 것이면 1번에 베팅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거나 플레이북이 존재하는 곳이면 2번에 베팅해야 한다. 만약 창업가에게 우려되는 지점이 있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개선될 수 있을지 악화될 것인지를 이 항목들의 연령 곡선에 대입시켜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반대로 창업가가 투자자를 판단할 때도 어느 항목에서 앞으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담당 심사역이 나이가 어리다면 그(녀)의 Fluid intelligence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지긋한 파트너라면 그(녀)의 경험/판단/맥락 인식에 따른 의사결정과 장기 실행 측면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창업팀의 팀빌딩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모든 팀원이 같은 강점을 갖고 있기 보다는 팀의 미션에 따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성을 할 수 있다. 대표/관리자 입장에서도 팀원의 나이에 따른 강점을 무시한채 업무지시를 내리는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논문의 말미에서도 다루고 있듯이 이 연구도 여러 한계점을 갖고 있고 이 글 또한 사고실험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가 습관처럼 말하고 듣는 “우리는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라는 표현을 지엽적이라도 분석적으로 접근해본다는 측면에서 정리해봤다.
감사합니다.


